대만선거를 앞두고 미중간의 데탕트는 가능한가

대만선거와 폭스콘 세무조사와의 관계

중국의 세무당국은 폭스콘의 광동성 소재 자회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자연자원부 소속 공무원들은 폭스콘이 허난성과 허베이 소재 땅이 허가된 용도에 맞게 사용되는지 조사한다고 합니다. 폭스콘에 따르면 조사의 구체적인 사안은 통보받지 못했으며,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쿼타이밍 폭스콘 창업주의 대만총통에 대한 야망이 해당 조사를 불러 들인게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대만의 총통선거 – 2024년 1월 13일

블룸버그가 위와 같은 추측성 보도를 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대만의 집권여당인 민진당(DPP)는 대만의 독립 혹은 현상태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정당입니다. 민진당의 노선이 중국과 다르다 보니 최근 둘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장개석이 세운 국민당의 경우, 마잉주 정권이후부터 친중노선의 정당이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대놓고 국민당 정부를 선호해 왔습니다.

대만 총통선거 연합여론조사 추이

대만선거폴

출처:taiwannews

그런데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DPP의 후보인 라이칭더의 지지율이 선두를 지속하는 가운데 국민당의 후보의 지지율은 3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이는 폭스콘의 창업주인 쿼타이밍(Terry Gou)이 국민당 후보로 선택받지 못하자 독자출마를 하여 국민당의 표가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국민당이 당선되면, 대만정부로부터 독립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대만인들의 생각은 좀 다르기 때문에 라이징더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겠지요. 따라서 블룸버그는 쿼타이밍의 출마와 중국정부의 세무조사의 연관성을 추측하는 기사를 내 놓은게 아닌가 합니다.

11월 미중정상회담의 가능성 제기

중국 외교장관인 왕이가 오는 10월 26-28일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여 블링컨 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인 설리반을 만난다고 합니다. 미팅의 주요의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의 긴장고조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합니다. 블링컨은 지난주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왕이장관에게 전화를 해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중국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한바 있습니다.

이번 왕이 장관의 방문은 APEC 정상회담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기 3주 전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많은 언론에서는 시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사전 교섭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냉전이 해체되고 미국 대통령과 중국과의 정상회담은 정례화 되어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로는 아직 두 정상이 직접 상대국을 방문해서 만난 적은 없고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바 있습니다.

APEC 정상회담 -11월 12~13일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서 데탕트를 여는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추측이 중국에서 많이 보고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왕이 장관의 미국 방문이 발표되자 더 많은 기대가 싹트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2년 G20 회담에서 두 정상이 만나 양국이 관리 가능한 경쟁 관계가 되자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즉, 전쟁이나 전투로 확대하지 않은 범위에서 서로가 경쟁을 하자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이후,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지속하였고, 중국은 미국채의 비중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BRICS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미국의 포위로 부터 벗어나려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재선을 앞둔 바이든의 입장에서 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중동의 확전을 막기 위해 전쟁 발발 1주만에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 병원 폭격 사건의 여파로 미국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전쟁이 크게 확전되는 양상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파견하여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증가할 경우, 이란 및 중동 국가들의 보복이 예고되어 있어 현재의 상황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 두정상이 만난다면, 어떤 합의가 가능할까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의 미 국채 매입과,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해 전쟁이 확전되는 것을 막는 것일 겁니다.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된 규제를 풀고 관세도 인하하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서 양측이 승복하기를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들을 이번 APEC 회담에서 합의할 수 있을까요?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가 열릴 것인가?

중국이 원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초당적인 합의가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하원의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공화당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트럼트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도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돌파구가 중국과의 합의에서 나온다면, 이는 분명 정쟁의 거리가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의 정상회담은 앞서 2022년 G20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관리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특히 대만의 선거는 막판에 여러 변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후보단일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예전에는 후보가 피습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만약, 민진당의 후보가 총독으로 당선된다면,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에 대해서 미국은 알고 싶어 할 것입니다.

10월 24일 중국정부는 1조위안(1400억달러)의 특별재정채권을 발행하여 국내 투자사업에 배정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절반은 올해 사용하고 나머지 5000억 위안은 내년에 집행된다고 합니다. 이는 일종의 시그날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은 아마도 경기부양이라는 카드가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미중 11월 정상회담에 대해 원칙적 합의

2023년 10월 29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왕이 외교부장이 워싱턴 방문에서 양국간의 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기존처럼 양국정상이 각국을 방문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시주석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왕이 외교부장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지만, 그 회담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점은 정상회담을 위한 선결조건에 대해 양국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특히 발리회담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음
  2.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음
  3. 동맹국을 활용하여 반중국을 추구하지 않음
  4.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
  5.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음

이른바 5불이라 불리는 합의 사항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를 하고도 행동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중국은 비판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왕이부장의 코멘트를 보면, 미국이 중국의 요구에 대해 어느정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이 기대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레 리커창 총리가 사망하고, 추모열기가 현 정권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시주석의 인기를 상승시킬 수 있지만, 이런 엄중한 시기에 베이징을 비우고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의사결정이 아닐 것 같습니다.

2023년 11월 1일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주요 의제는 최근 중국의 핵전력 증강에 대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경제 당국자들의 실무회담이 뒤따르기는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데탕트의 성격보다는 대만 선거를 앞두고 양정상간의 리스크 관리라는 목적이 더 커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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