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파업의 나비효과

전미자동차 노조의 역사

9월 15일부터 시작된 UAW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으로 미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UAW는 포드, GM 그리고 크라이슬러(현재 스탤란티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자 193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UAW의 노동자들은 미국의 중산층을 대표하는 이익집단으로 성장하였습니다. 70년대에는 전체 조합원 수가 1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80년대 이후, 일본 및 외산 자동차의 경쟁에서 디트로이트가 밀려나면서 UAW도 쇠락하였지만 현재에도 4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의 단체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 시작된 파업이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UAW 88년의 역사에서 디트로이트 빅3 자동차 업체가 동시에 파업하는 것이 처음 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자동차 파업 이유

1. UAW가 주장하는 것은 향후 4년간 40%의 임금을 인상해 달라는 것입니다. 

특히, 종업원 연봉의 수십, 수백 배의 연봉을 받는 경영진의 임금을 언급하며, 경제적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조합원들이 일어섰다고 UAW의 위원장은 설명합니다. 

2. 물가지수에 연동하는 임금(COLA)

2008년 GM의 파산 이후, 미국 자동차 업계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1946년부터 시행되어 온 COLA ( 물가지수에 연동하는 임금제)를 폐지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UAW는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COLA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3. 노동자간 차별적 대우 금지

빅3 자동차 업계는 입사시기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2007년 이전 입사자는 평균시급 33달러를 적용받지만, 이후 입사자는 시급 17달러를 받습니다. 그리고 07년 이후 입사자는 확정급여형 연금(DB)의 적용을 받지 못하면, 의료보험 보장수준도 낮습니다. ,UAW는 전 직원에게 07년 이전 입사자 수준의 임금 및 복지혜택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의 임금차이 또한, 2009년 GM파산 이후 노사가 합의했던 사항입니다.

3. 고용보장

노조가 특히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전기차 생산의 증가로 인한 일자리 감소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간단하여, 생산에 필요한 인력의 숫자가 내연기관보다 작습니다. 가령, 현대차가 울산에 2조원을 들여서 착공하는 전기차 전용 공장의 경우 연산 20만대 규모에 고용은 약 2천명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면, 연산 140만대를 생산하는 울산공장(내연기관)의 경우 3만 2천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영진들의 반응과 협상

GM CEO인 메리바라는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비용이 1000억 달러(130조원)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포드는 UAW가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하였습니다. UAW는 경영진의 냉담한 반응을 확인하고, 임금인상 요청분을 36%로 하향 조정하였지만, 스텔란티스의 경영진이 제시한 임금인상은 20%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에 UAW는 19일 성명을 발표하고 빅3 자동차 업체들이 성의 있는 협상안을 22일까지 제안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파업을 경고하였습니다. UAW의 마지막 파업은 GM을 대상으로 한 2019년이었습니다. 당시 파업은 6주간 지속되었습니다.

전미자동차 노조 (UAW)가 협상 과정을 업데이트하는 웹사이트

https://uaw.org/uaw-president-shawn-fain-announces-stand-strike-will-expand-noon-friday-big-three-fail-make-substantial-progress-negotiations-deadline/

파업의 경제적 영향

자동차 생산은 미국 GDP의 2.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UAW 파업은 3사의 공장 3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지만, 전체 조합원 15만명 중 9%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파업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면, 미국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 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19일날 캐나다 노조가 포드를 상대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히고 있고, UAW에 가입하지 않는 다른 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경우 경제의 미치는 영향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UAW 파업으로 미국의 전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될 경우, GDP의 최대 1.5%의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내수 자동차 재고 현황

그래프-미국자동차재고

출처: 와이차트, 미국경제분석국

위의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판데믹 이후 미국의 자동차 재고는 급감하였습니다. 이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품 부족과 판데믹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3년간,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인한 높은 물가 상승을 경험하였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중고차는 2.7%, 신차는 4.3%를 차지하여 월세의 7.5% 비중과 비교하면 작지만, 가격의 등락이 커서 지수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2022년 1월에 미국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41% 폭등하여,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었습니다.

2019년에 백만대에 육박하던 자동차 재고가 15만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UAW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다시 한번 자동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사우디의 감산으로 유가가 다시 재반등하여 배럴당 92달러 수준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할 것입니다.

9월 19~20일 FOMC 미팅: 금리인하 가능성 감소

현재, 시장의 모든 관심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에 쏠려 있습니다. 7월 미국의 CPI가 3.2%로 하락하면서, 5.5% 수준의 연준의 정책 금리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고, 자동차 가격까지 상승할 기미를 보이는 지금,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돌파하고, 미국 자동차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연준의 다음 FOMC가 열리는 11월 1일에는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9월 26일, 조바이든 대통령 파업현장 참가

조바이든 대통령이 UAW 파업 시위현장에 참여하여, 자신은 UAW가 주장하고 있는 임금 40% 인상과 다른 복리혜택을 받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대통령이 노조의 파업 시위현장에 참가하여 지지를 표시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언론들은 트럼프와의 지지율 경쟁에서 크게 뒤쳐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부수라고 설명합니다.

일부 UAW 노조원들은 민주당이 해외의 전기자동차(EV) 업체들을 불러 들여 미시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해 노동자가 적게 필요하고, 대부분의 외산브랜드의 전기차 공장이 노조가 없는 남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UAW의 파업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큰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전적인 지지를 표명함에 따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는 양쪽의 손을 다 들어주기 위해서 자동차 회사들에게 반대급부를 내 놓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임금인상안 36%와 금융위기 당시 사라졌던 각종 혜택들이 다시 부활한다면, 이는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론 : UAW 파업의 나비효과

FED가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더라고 현 수준을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서 상승한 미국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파업이 장기화하면, 이들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업체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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