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메이트60 프로 출시가 아이폰의 중국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까?

화웨이 메이트 60프로가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

화웨이메이트60프로사진

출처: 화웨이

IT 리서치 회사인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기준 아이폰이 가장 많이 팔린 시장은 중국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전체 아이폰 판매의 24%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21%에 그쳤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가 저조한 가운데, 중국인들의 아이폰 사랑은 많은 외신들에 보도되었습니다.

화웨이는 2019년 2억4천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삼성에 이어 2위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였습니다. 당시, 중국시장에서 20%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였는데, 2013년의 점유율이 7% 였음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크게 성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삼성갤럭시가 중국에서 동기간 시장점유율이 20%대에서 3~4% 수준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화웨이와 애플이 수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화웨이 메이트60 프로가 발매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아이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뉴스가 보도된 이후 이틀간 애플주가는 6% 이상 하락하며 해당뉴스에 크게 요동치는 흐름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아이폰에게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이 되었고, 이런 급성장에는 중국시장에서 삼성과 화웨이의 몰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다음 몰락의 타겟이 애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SMIC 7나노 공정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화웨이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기린 9000s(Kirin 9000s) AP 프로세스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TSMC는 2018년에 EUV를 사용하지 않은 7나노 칩을 양산한 바 있습니다. 반면에 삼성의 7나노 공정은 EUV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SMIC의 7나노 공정은 TSMC와 유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SMIC가 7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2022년 8월에 SMIC에서 부회장을 역임하던 장상이가 퇴사하면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장상이는 미국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97년 TSMC에 들어가 첨단 반도체 개발 업무 총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가 2013년에 퇴직한 인물입니다. 당시 SMIC에는 삼성파운드리에서 근무하며 14나노 개발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TSMC 출신 랑멍쑹이 CEO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장상이의 영입으로 둘 사이에 큰 내부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언론들과 소비자들은 SMIC의 7나노 공정 개발에 감격(?)에 가까운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가한 그 엄청난 재제를 뚫고, 중국기업이 마침내 10나노 이하 공정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이죠. 그러나 반도체 전문가들은 SMIC의 7나노 공정수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만약 수율이 50% 이하 수준이라면, 이는 상업용으로 쓰이기에는 부적합한 공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군사용이나 기타 용도로는 충분히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일 것입니다.

기린 9000s의 성능

화웨이_메이트60_AP

기린 9000s의 성능은 퀄컴 스냅드레곤 8Gen1과 유사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냅드래곤 8Gen1은 삼성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2020년 12월에 공개된 바 있습니다. 중국 대중들은 SMIC가 EUV를 사용하지 않고도 삼성의 4나노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AP를 2년여 만에 출시한 것에 더 감격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없었고, 중국 기업들이 예전처럼 전세계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반도체 공정 개발에 전력할 수 있었다면, 삼성파운드리는 4나노에서 SMIC에 역전을 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SK하이닉스 DDR5디램과 NAND가 왜 화웨이 메이트60에서 나와?

화웨이_메이트60_메모리

화웨이 메이트60프로의 메인보드 기판, 하이닉스 칩이 보인다.

화웨이 메이트60 프로가 공개되자 마자 중국의 웹사이트에는 메이트60 프로를 분해하여 부품을 공개하는 사진들이 공유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국 네티즌들과 미디어들은 대부분 기린9000s 칩의 생산자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분위기였지만, 기린 칩 바로 옆에 있던 SK하이닉스의 디램과 낸드칩은 외신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대상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거래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블룸버그등 주요외신들이 SK하이닉스의 디램이 화웨이폰에 탑재된 것에 대한 기사를 게시하자, 하이닉스는 입장문을 내고, 자사는 미국의 수출규제에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제재가 시행된 이후 화웨이와 직접적으로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만의 전자관련 매체인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메이트60 프로는 탑재된 부품이 90%를 자국산으로 대체하였다고 합니다. 다만 여전히 디램과 낸드의 경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품을 채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올해 5월 보안을 이유로 마이크론 제품구매 중단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디지타임즈의 말처럼 마이크론도 디램을 화웨이에 공급하였다면, 하이닉스의 디램공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마이크론 디램이 화웨이 메이트60 프로에 채택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상황입니다.

2023년 10월 21일 업데이트

화웨이 메이트60가 발매된지 6주만에 160만대가 판매되었습니다. 반면에 iPhone15의 경우 중국 초기 17일 판매량이 이전 모델대비 4.5% 감소하였습니다. 아이폰15의 판매량 감소는 중국의 전반적인 휴대폰 수요감소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화웨이 메이트60 및 경쟁제품의 선전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SMIC가 공급하는 기린 9000s AP의 공급량도 우려보다 견조한 것을 보여, 향후 아이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향후전망

현재 외신에서는 중국정부의 아이폰 규제로 아이폰의 판매량이 2000만대 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고 있습니다. 화웨이가 2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던 회사임을 고려할 때, 아직은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가 찻장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하는 듯합니다.

9월 12일 로이터 통신은 중국 관영매체인 증권시보를 인용하여 화웨이가 메이트60시리즈의 하반기 출하량 목표를 20% 상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최소 4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폰의 중국 내 판매량이 연간 4~5천만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메이트60의 판매증가는 아이폰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판단됩니다.

미국정부의 추가적인 대 중국 제재안의 여부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9월 14일 미국 공화당 의원들 10여명이 미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화웨이의 공급망을 추가적으로 봉쇄하라고 요청하였습니다. ASML의 DUV장비 수출제한과 하이닉스와 삼성에게 주어지던 중국 반도체 공장 생산금지 유예기간의 연장여부가 핵심사안일 겁니다.

기린9000s 칩의 성능과 양산의 성공은 분명 한국 반도체 업계에게 경종을 울릴만 한 사건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아니었다면, 지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이 갑자기 중단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직, 한국에서는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