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YCC 정책이 엔화에 미치는 영향

일본의 YCC 정책이란?

일본은행은 2016년 9월부터 물가상승률 2% 상회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시장에 직접개입하여 채권의 수익률 곡선을 관리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의 단기 정책금리는 -0.1%로 고정되고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0%로 고정되었습니다.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동안 일본의 핵심 물가상승률은 평균 -0.24%였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경제 규모가 주춤한 상황에서 고령화로 국가부채는 꾸준히 늘어나게 되자, GDP대비 국가부채규모가 260%로 세계 최고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낮추어 투자를 유발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2%를 타겟하여, 연간 80조엔(700조)의 국채를 매입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23년 3월말 기준, 일본은행이 보유중인 일본국채의 총액은 576조엔(5천 200조원) 규모로 전체 국채발행액 (1천 80조엔)의 53.3%로 역대 최고 비중이 되었습니다.1

일본의 인플레이션

일본인플레이션차트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2022년 상반기에 이미 2% 수준을 상회하기 시작하여 2023년 1월에 4.3%의 고점을 찍고 23년 9월 현재 3%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입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2%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물가수준에 비해 10년물 국채금리가 너무 낮게 유지되고 있어, 구조적으로 물가가 상승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본 국내에서 제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본의 물가상승은 연금생활자 및 서민가계의 구매력을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에 정치적인 압력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국채 10년 금리추이

일본10년물금리추이차트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일본은행은 YCC가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금리의 상한을 서서히 상승시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2023년 4월 일본은행 총재가 우에다로 교체되면서 10년물 국채의 상한은 1%까지 확대되었고, 이후 10년물 국채금리가 1% 수준에 근접하자 1% 상한조차도 폐지 수순을 밟게되었습니다.

일본은행의 10년물 금리 1% 상한 폐지 언급

2023년 10월 31일 일본 중앙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에 대한 1% 상한은 하나의 기준일뿐 강한 한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본 중앙은행은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2025년까지 3%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나름 놀라운 전망도 함께 덧붙였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2016년부터 시작된 YCC(Yield Curve Control)를 마침내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었습니다.

YCC 가 중요한 이유는 엔화의 움직임이 일본과 미국의 단기 금리차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본 미국 2년물 금리차와 엔달러환율

엔달러환율_미일금리차_차트

출처: CME

위의 차트에서 보듯이 일본과 미국국채 단기물의 금리차가 벌어질 수록 (아래) 엔화는 약세 (아래)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QE를 통해 정책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자 일본엔화는 급속히 절상되었고 이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아베노믹스가 시작되어 일본엔화의 절하를 유도하였습니다. 특히 일본이 YCC를 시작한 2016년 이후부터 미일간 금리차가 벌어지게 되었고, 판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엔화는 다시 급격히 절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YCC가 느슨해지면서 10년물 금리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10년물 금리의 상승으로 일본의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정책금리인 -0.1도 상향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정책금리가 상승하면서, 미일 단기채 간의 금리의 갭이 축소되면 엔화는 절하보다는 절상으로 방향을 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10년물 국채금리가 1%를 넘어 2%까지 상승하도록 허용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재정상태를 살펴봐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일본 정부의 부채규모

<주요국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

각국정부부채규모

출처: 미쓰비시 리서치 연구소

일본 정부의 부채규모는 GDP 대비 260% 수준으로, 2차대전때 영국이 전비를 충당하기 위해 잠시 도달했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1%의 금리상승은 3년후 무려 3.7조엔에 달하는 정부의 국재 이자지급 비용을 상승한다고 하며, 이는 2021년 GDP의 0.7%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자가 상승하고 일본 국채의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2011년 유럽 부채 위기 당시 유럽의 정부들은 채권 금리가 상승하자 채권발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정부재정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정부의 2023년 재정계획

일본정부 지출계획

일본정부재정지출계획

출처: 일본재무성

일본은 2023년 전체재정 114조엔 중에 22%를 부채를 상환하고 이자를 지급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특히 이자지급액은 8.5조엔(75조원) 수준으로 전체 재정의 7.4%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일본정부의 연간 채권 이자 지급액은 국방비 6.7%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앞서 일본재무성의 경고처럼, 10년이자율이 1% 상승하면, 2025년에 일본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지급액은 12조엔(100조원)에 육박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정부 세금수입

일본정부세금수입계획

출처: 일본재무성

반면, 일본정부의 연간 예상수입은 79조엔에 불과합니다. 매년 전체재정의 31%를 국채를 발행하여 충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세수를 늘리고, 세출을 줄이는 대대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향후 채권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일본 10년물 금리가 1%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

일본은행은 2022년 금리상승으로 국채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1571억엔(1조5천억)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국채를 시가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은 발생하지 않지만, 1천 100억조엔 수준의 일본 국채 발행량을 고려할 때,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인한 채권투자자들의 손실액은 수십조엔에 달할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정부는 매년 35조엔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채권금리가 크게 상승할 경우, 채권발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 추이

일본국채30년물금리추이

일본정부가 YCC를 통해 통제하지 않는 30년물 국채의 금리는 이미 1.87%로 2%를 향해 나가가고 있습니다. 30년물 국채는 2005년 발행이후 3%를 초과한 적이 없기 때문에 30년물 국채금리가 2%를 돌파할 경우, 이는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정부는 시장금리 1% 상승 시 3년 후 3.7조엔의 이자상환부담이 증가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이 복지 및 지출을 줄여 재정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향후에 국채 발행액이 늘어나면서, 이자 상환부담이 훨씬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행은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10년물 국채의 이자율 상승을 허용하는 듯한 시그날을 주는 동시에 정책금리를 높여 일드커브를 평탄화 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10년물 금리가 크게 상승하여 30년물 금리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10년물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개입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재정개혁일 것입니다. 일본은 세수 증가와 세출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여야 하는 큰 숙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혁의 진행상황에 따라 일본은행의 정책이 보조를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일본경제는 현재 유가상승으로 무역적자를 보고 있지만, 매년 20조엔(1500억달러)이 넘는 소득수지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는 국내의 낮은 자본수익률로 인해 매년 자금유출을 발생하고 있고, 이는 세계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YCC의 변화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모두가 10년물 장기금리에 주목하고 있지만, 핵심은 일본의 정책금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일본은행은 긴축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1. 일본 중앙은행이 일국채의 53%보유, 연합뉴스, 2023년 06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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