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현재 미분양 주택 숫자는 우려할 만한 수준일까?

전국 미분양 주택 숫자가 24년 평균수준에 도달하였다.

<한국 연도별 미분양, 준공후 미분양 주택추이, 출처 Kosis>

미분양_주택 추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미분양 주택의 평균 숫자는 6만 4천 가구입니다. 2024년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4,964호로, 이는 지난 24년 평균 수준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파란 선을 보면, 현재 미분양 주택의 추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주택 개발은 보통 토지 확보, 인허가, 착공, 분양, 입주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통상적으로 인허가 후 6~12개월이 지나면 착공이 이뤄지고, 착공 후 6개월 이내에 분양이 시작됩니다.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후분양을 선택하는 건설현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도 미분양 주택 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입니다.

2008년 미분양 주택이 급증했던 이유

<전체 미분양 물량 중,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중>

미분양_수도권 비수도권 비중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분양가로 인해 수도권 및 지방에서 분양가격이 아파트 매매가격을 상회하면서 미분양이 급증했습니다. 당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분양가격과 매매가격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미분양 재고가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지방 건설사의 부도와 지방 사업장의 리스크 증가로 지방 부동산 공급이 급감하면서 지방의 미분양 주택 재고 감소가 수도권 보다 더 가파르게 일어났습니다.

반면,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부문 주택 분양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민간 주택 분양도 지방 물량의 감소로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면서 수도권의 미분양은 2013년까지 정체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2013년 이후, 정부의 각종 정책과 경제 여건의 개선으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여 분양가격과의 갭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마침내 수도권의 미분양 재고가 감소했습니다.

준공후 미분양 증가가 우려스러운 이유

< 미분양주택 추이와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비율>

미분양_준공후 미분양 비율

준공 후 미분양은 이미 완공된 주택이 분양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건설사에 큰 재정적 부담을 안기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왜 더 심각한 문제로 간주되는지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건설사 입장에서 준공 후 미분양은 이미 건설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건설사는 주택이 완공되면 이를 분양하여 수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미분양 상태에서는 이러한 자금 회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사는 초기 투자비용과 건설 기간 동안 발생한 이자 및 운영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재정적 압박이 커지고, 이는 회사의 유동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브릿지론과 본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브릿지론은 착공 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되며, 이후 본PF로 전환되어 공사비를 충당합니다.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면 브릿지론을 갚지 못하게 되고, 이는 본PF 상환에도 차질을 빚게 됩니다. 결국, 건설사는 금융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하며, 이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킵니다.

셋째,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게 되면, 하청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하청업체의 재정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며, 연쇄적인 부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의 중소건설사들은 이러한 문제에 더욱 취약합니다. 지방 시장은 대체로 수요가 적고 분양 경쟁률도 낮아 미분양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중소건설사들은 자금 흐름이 막히게 되어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고, PF 구조에 문제를 일으키며, 하청업체와의 연쇄적인 부실 위험을 초래합니다. 특히 지방의 중소건설사들에게는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소건설사들이 자금 악순환에 빠져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재무적 영속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방 미분양 : 64만호 입주물량 중 60%가 지방에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2024~2025년, 출처 : 한국부동산원>

미분양_ 입주물량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2024년 1월에서 2025년 12월까지 향후 24개월간, 매월 평균 2만 6천호의 입주물량이 대기 중에 있습니다. 총 물량은 64만호이며, 이중 39%인 25만호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미분양주택수가 증가추세에 있고, 일반적으로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수가 후행하는 것을 고려해 볼때, 2025년까지 미분양주택의 숫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전체 입주 물량의 40%가 수도권임을 고려하면, 수도권 지역의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숫자의 증가도 전망됩니다.

<지역별 분양가와 매매가 비교, 출처: 한국부동산원,한경>

미분양_분양가_매매가

현재 문제가 심각한 지역은 지방입니다. 지방의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거의 80%에 달합니다. 분양가는 자재 가격과 건설비 상승을 고려한 신규 개발비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신규 아파트가 전세자금대출에 기대어 갭투자에 활용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어느 정도 거품이 끼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수요자의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다면 분양을 받기보다는 기존 주택의 매매를 통해 주택을 마련하려는 경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지방 미분양은 향후 2년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론

주택도 하나의 재화라면, 수요와 공급의 메커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미분양 주택의 숫자는 주택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미분양 주택이 증가한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주택 공급이 수요에 즉각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주택 경기는 1~2년 만에 식을 수도 있지만, 주택 공급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후행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주택 건축 허가는 2021년과 2022년에 큰 증가세를 보이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간에 시작된 건설 사업들이 2024년에서 2026년까지 차례로 준공되면서 미분양 주택 수를 꾸준히 증가시킬 것입니다. 준공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주택 경기가 좋고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금리 인하가 지연된다면 주택 시장의 회복은 더딜 것입니다.

현재 미분양 주택 숫자는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아직은 지난 20년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정부 정책과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2008년 수준의 극단적인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2년간은 미분양 주택 숫자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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