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빠르게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은 문서를 요약하고, 이메일을 쓰고, 고객 문의에 답할 때 AI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빅테크를 제외한 대기업에서는 AI가 재무성과를 높였다는 증거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월 2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매그니피센트 7과 나머지 S&P 500 기업을 비교했습니다. 빅테크 7곳에서는 직원 1명당 매출과 이익률이 올랐지만, 나머지 493개 기업에서는 두 지표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슬록은 이를 두고 기업들이 AI에 많은 돈을 썼지만, 빅테크 밖에서는 아직 뚜렷한 경제적 보상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를 “AI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여러 현장 연구에서는 고객지원, 회계, 문서 작업처럼 범위가 분명한 업무에서 생산성이 개선됐습니다. 핵심 질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직원이 두 시간을 아껴도, 왜 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바로 늘지 않을까요?
Finconsult Summary
- Apollo 분석에 따르면 빅테크 7곳과 달리 나머지 S&P 500 기업에서는 근로자당 매출과 이익률의 뚜렷한 AI 효과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 현장 연구에서는 고객지원과 회계 등 특정 업무의 생산성 개선이 확인됐습니다. 업무 단위의 효과와 회사 전체의 재무성과는 서로 다른 지표입니다.
- 기업은 AI 사용량보다 매출 증가, 비용 절감, 오류 감소, 처리시간 단축을 측정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승자는 AI를 많이 쓰는 회사가 아니라 업무 방식을 바꾼 회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Apollo가 본 ‘S&P 493’의 현실
Apollo의 원문 분석은 S&P 500에서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를 뺀 493개 기업을 따로 살펴봤습니다. 흔히 이들을 ‘S&P 493’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일부 기술기업도 들어 있기 때문에 정확히는 ‘비(非)빅테크 493개사’에 가깝습니다.
Apollo가 제시한 자료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근로자당 매출, 기업 이익률, 미국의 총요소생산성, 기업별 AI 지출 집중도, 토큰 사용 비용입니다. 토큰은 AI가 글을 읽고 답을 만들 때 처리하는 작은 정보 단위입니다.
분석 결과는 선명했습니다. 매그니피센트 7의 근로자당 매출과 이익률은 상승했지만, S&P 493의 같은 지표는 대체로 평평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총요소생산성 자료에서도 AI가 미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단정할 만한 신호는 아직 약합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시간과 기계·설비를 더 투입한 효과를 빼고도 생산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사람과 같은 장비로 더 많은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측정합니다. 이 수치가 뚜렷하게 오르지 않았다면, AI 도입이 경제 전체의 효율 향상으로 번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직원은 빨라졌는데 회사 이익은 왜 그대로일까
직원이 AI로 보고서를 한 시간 빨리 끝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회사가 그 시간을 새로운 매출 활동에 쓰지 않으면 재무제표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개인에게는 편익이지만 회사 매출은 늘지 않는 것입니다.
AI를 도입하는 데에도 비용이 듭니다. 구독료와 토큰 비용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부 자료를 정리하고, 보안 체계를 만들고, 직원을 교육하고, 잘못된 답을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새 비용이 절약액보다 크면 이익률은 오르지 않습니다.
업무 과정이 그대로인 것도 문제입니다. 낡은 승인 절차가 다섯 단계라면 AI가 첫 번째 문서를 빨리 만들어도 나머지 네 단계에서 다시 기다려야 합니다. 이 경우 AI는 한 사람을 빠르게 만들 뿐, 회사 전체를 빠르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Apollo는 이전 글인 ‘AI J-커브를 기다리며’에서 효과가 늦게 나타날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J-커브란 처음에는 투자와 조직개편 비용으로 성과가 나빠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을 말합니다.

현장 연구에서는 효과가 분명한 곳도 있다
거시 통계만 보면 AI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특정 업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NBER와 Stanford·MIT 연구진의 고객지원 연구는 5,000명 이상의 상담직원을 조사했습니다. AI 도구를 쓴 직원의 시간당 문제 해결 건수는 평균 약 14~15% 늘었습니다. 특히 경험이 적은 직원에게서 개선폭이 컸습니다. AI가 숙련자의 업무 방식을 초보 직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66개 기업, 7,137명을 대상으로 한 현장실험에서는 AI 도구를 실제로 사용한 직원들이 일주일에 이메일 업무를 약 두 시간 줄였습니다. 정규 근무시간 밖에서 일하는 시간도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업무의 양과 구성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절약한 것과 회사 전체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회계 분야에서도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Stanford가 소개한 2026년 회계 현장연구는 AI 도입이 반복적인 자료 입력을 줄이고 결산을 빠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AI의 판단이 다른 전문가 의견과 크게 다를 때 이를 그대로 믿으면 오류 위험이 커질 수 있었습니다. AI가 회계사를 없앤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검토 업무에 집중하도록 도운 셈입니다.
이 연구들은 Apollo와 모순되지 않습니다. Apollo는 회사 전체의 매출과 이익을 봤고, 현장 연구는 특정 업무의 속도와 품질을 측정했습니다. 효과가 회사 전체로 퍼지려면 절차, 데이터와 책임 구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연구별로 본 AI 효과와 한계
| 자료 | 표본·범위 | 확인된 결과 | 해석할 때 주의할 점 |
|---|---|---|---|
| Apollo | S&P 493 | 근로자당 매출·이익률이 대체로 정체 | 개별 AI 프로젝트의 성패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아님 |
| NBER·Stanford·MIT | 고객지원 직원 5,000명 이상 | 생산성 약 14~15% 개선 | 특정 업무의 결과를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없음 |
| NBER 현장실험 | 66개 기업·7,137명 | 이메일 업무 주당 약 2시간 감소 | 업무량과 구성의 뚜렷한 변화는 확인되지 않음 |
| Stanford 기업조사 | 약 6,000개 기업 | 80% 이상이 생산성·고용 효과가 없다고 응답 | 도입 초기 경영진의 응답에 기반한 조사 |
| Ramp AI Index | Ramp 이용 기업 8만5,000곳 이상 | 2026년 9월 AI 도입률 55.9% | 미국 전체 기업을 대표하는 표본은 아님 |
기업은 AI를 많이 쓰지만 깊게 쓰지는 않는다
Stanford 경제정책연구소의 약 6,000개 기업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약 70%가 AI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의 평균 사용시간은 주당 1.5시간에 그쳤습니다. 기업의 80% 이상은 지난 3년간 AI가 고용이나 생산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도입률은 높지만 사용 강도는 낮습니다. 많은 회사가 AI 계정을 샀지만 핵심 업무까지 다시 설계하지는 못했습니다.
Ramp AI Index는 8만5,000곳 이상의 미국 기업 결제 자료를 바탕으로 AI 지출을 추적합니다. 2026년 9월 기준 Ramp 이용 기업의 AI 도입률은 55.9%였습니다. 그러나 지출 격차는 매우 컸습니다. AI를 구매하는 기업 가운데 상위 1%의 직원 1명당 월 지출 중간값은 9,567달러였지만, 전체 지출 기업의 중간값은 15.70달러였습니다.

즉 일부 AI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은 막대한 돈을 쓰지만, 일반 기업은 아직 작은 규모로 시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pollo가 말한 ‘AI 지출의 집중’은 이 차이를 가리킵니다. AI가 경제 전반을 바꾸려면 소수 기업의 큰 지출보다 많은 기업의 깊은 활용이 필요합니다.
‘효과가 없다’보다 ‘효과를 전환하지 못했다’가 정확하다
Apollo의 “경제적 보상이 없다”는 표현은 강합니다. 그러나 이 분석은 개별 기업의 AI 프로젝트를 하나씩 평가한 연구가 아닙니다. S&P 493 전체의 평균 재무지표에서 뚜렷한 변화를 찾기 어렵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고객지원과 회계 연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정 업무의 결과를 모든 산업으로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AI의 실수를 검토하는 비용과 품질 변화도 포함해야 합니다.
미국의 생성형 AI 이용 조사는 직장에서 AI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이 전체 노동시간의 약 1.4%에 해당하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작지 않은 변화입니다. 다만 절약된 시간이 더 많은 생산과 매출로 전환됐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정확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AI는 일부 업무를 분명히 빠르게 만들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은 그 속도를 회사 전체의 매출과 이익으로 바꾸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숫자
한국 기업도 AI 계정 수, 접속 횟수, 토큰 사용량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많이 사용했다는 사실은 비용이 늘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네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처리시간: 같은 업무를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실제로 줄었는가.
- 오류율: AI 답을 사람이 고치는 시간까지 포함해 품질이 좋아졌는가.
- 단위당 비용: 고객 문의 한 건, 보고서 한 건, 제품 한 개를 처리하는 총비용이 낮아졌는가.
- 매출과 현금흐름: 절약된 시간과 비용이 신규 매출, 고객 유지, 이익 증가로 이어졌는가.
AI를 도입한 부서만 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한 부서가 빨라졌지만 다른 부서에 검토 업무가 몰리면 회사 전체 비용은 줄지 않습니다. 도입 전과 도입 후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미도입 조직과도 비교해야 합니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토큰보다 현금흐름
이번 논쟁은 AI 기업의 가치평가에도 중요합니다. 빅테크는 클라우드, 반도체, 모델 사용료를 통해 AI 투자에서 직접 매출을 얻습니다. 반면 일반 기업은 우선 구매자입니다. AI가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가를 만들지 못하면 더 비싼 모델과 더 많은 토큰을 계속 구매할 이유가 약해집니다.
이는 AI 수요가 곧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토큰 가격이 내려가고 모델 성능이 좋아지면 새로운 업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정당화되려면 최종 사용자 기업이 실제 수익을 얻어야 합니다. 공급자가 번 돈만으로는 긴 투자 사이클을 끝까지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Stanford의 41개국 노동수요 연구는 AI 도입 기업에서 전체 고용이 소폭 늘어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신입과 경력직의 수요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I의 경제효과가 단순한 인원 감축보다 업무와 인력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는 “AI를 도입했다”는 발표보다 근로자당 매출, 영업이익률, 고객 유지율, 결산 기간, 오류율과 현금흐름을 봐야 합니다. 이 숫자가 개선될 때 AI는 유행어가 아니라 생산자산이 됩니다.
결론: 승자는 AI를 산 회사가 아니라 일을 바꾼 회사
Apollo의 분석은 AI 열풍에 필요한 경고를 던집니다. 기업이 AI 서비스를 구매했다는 사실만으로 생산성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 절차와 책임, 데이터, 평가 방식이 그대로라면 AI는 새로운 비용 항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AI의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리기도 이릅니다. 고객지원과 회계 등 범위가 분명한 업무에서는 이미 개선이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 작은 개선을 회사 전체로 넓히는 일입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신호는 명확합니다. S&P 493의 근로자당 매출과 이익률이 오르는지, 기업의 토큰 지출이 다시 늘어나는지, AI 도입 기업의 오류율과 처리비용이 낮아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결국 승자는 AI를 가장 많이 산 회사가 아니라, AI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바꾼 회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