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숙련도 역설…일은 빨라졌지만 다음 세대 전문가는 누가 키우나

생성형 AI는 보고서와 기사, 장애 분석을 몇 분 만에 완성합니다. 기업에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그러나 초급자가 직접 자료를 찾고, 틀리고, 고치며 전문가로 성장하던 과정까지 사라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오늘의 생산성 향상이 내일의 기자와 투자 애널리스트, 엔지니어를 약하게 만드는 AI 숙련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Summary

  •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 시간을 줄이지만, 초급자가 판단력을 기르는 반복 훈련까지 대신할 수 있습니다.
  • 기자·투자 애널리스트·엔지니어의 실력은 정답을 읽는 것보다 직접 조사하고 실패한 뒤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 기업은 AI 사용을 막기보다 ‘사람이 먼저 판단하고 AI가 보조하는 훈련’과 모의 실습을 별도로 설계해야 합니다.

Introduction: AI가 없애는 것은 일자리만이 아닙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얼마나 없앨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조용하게 진행되는 변화는 이미 보입니다. AI가 초급자의 일을 대신하면서, 초급자가 전문가로 성장하는 사다리도 함께 치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측 소프트웨어 기업 SigNoz는 최근 사이트 신뢰성 엔지니어링(site reliability engineering·SRE)을 예로 들었습니다. SRE는 온라인 서비스에 장애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고 복구하는 업무입니다. 글은 “AI가 장애 대응의 95%를 처리한다면, 사람은 정말 중요한 나머지 5%에 더 약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여기서 95%는 실제 산업 전체를 조사해 얻은 통계가 아닙니다. 자동화가 크게 발전한 상황을 가정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평소 발생하는 쉬운 장애를 AI가 모두 처리하면, 젊은 엔지니어는 로그를 읽고 가설을 세우며 시스템의 구조를 익힐 기회를 잃습니다. 그러다 AI가 처음 보는 복합 장애가 발생하면, 사람은 가장 어려운 문제만 갑자기 넘겨받게 됩니다.

이를 deskilling(숙련도 저하)이라고 합니다. 이미 갖고 있던 능력을 쓰지 않아 약해지는 현상입니다. 더 큰 문제는 never-skilling(숙련 기회 상실)입니다. 처음부터 직접 해볼 기회가 없어 능력 자체를 만들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기자는 문장을 쓰면서만 성장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엔지니어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신입 기자는 처음부터 좋은 기사를 쓰지 못합니다. 선배의 기사를 읽고 문장과 구성을 따라 해봅니다. 현장에 가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몰라 중요한 말을 놓치기도 합니다. 기사를 송고한 뒤에는 데스크가 제목을 바꾸고, 근거가 약한 문장을 지우고, 빠진 질문을 지적합니다.

이 과정은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자는 여기서 사실과 주장, 중요한 정보와 흥미로운 정보를 구분하는 법을 배웁니다. 취재원이 숨기려는 것이 무엇인지도 조금씩 알아차립니다. 좋은 문장보다 먼저 길러야 할 것은 편집 판단(editorial judgment·편집 판단)입니다.

AI가 초안을 대신 쓰면 신입 기자도 처음부터 매끄러운 기사를 낼 수 있습니다. 조직은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자료를 비교하고, 제목을 고민하고, 문장이 왜 삭제됐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숙련자처럼 보이지만, 예상 밖의 사건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기자가 늘어날 위험이 있습니다.

영국의 공식 주니어 기자 훈련 기준도 기자의 핵심 능력을 단순한 글쓰기로 보지 않습니다. 조사, 데이터 해석, 법과 윤리, 편집 판단, 독자의 관심을 끄는 구성 능력을 함께 요구합니다. AI가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도 이 모든 능력을 자동으로 길러주지는 않습니다.

투자 애널리스트의 ‘밤샘’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비슷합니다. 젊을 때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읽고, 엑셀 모델을 직접 만들고, 숫자가 맞지 않는 이유를 밤늦게까지 찾습니다. 선배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에게 보고한 뒤 논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다시 계산합니다.

이 과정이 항상 효율적이거나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장시간 근무를 미화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반복적인 분석과 수정이 전문적 판단을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매출이 늘었는데 현금흐름이 나빠진 이유, 경영진의 낙관적인 설명에서 빠진 위험, 같은 산업의 두 기업이 다른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답안 하나를 읽는다고 익힐 수 없습니다.

AI는 실적 발표를 요약하고, 모델의 초안을 만들고, 경쟁사 표를 빠르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급 애널리스트가 AI의 결과를 그대로 다듬는 역할에 머물면 “좋은 분석이 어떤 모습인지” 배울 기반이 약해집니다. 회계 전문가 단체도 같은 문제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Thomson Reuters가 소개한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의 연구에서는 AI 시대의 초급자가 기술 지식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 회의적 태도, AI의 답을 의심할 판단력에서 부족함을 보였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는 핵심을 간단히 표현했습니다. “직접 해본 적이 없다면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생산성 향상과 실력 향상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AI의 생산성 효과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Microsoft Research가 56개 기업의 근로자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실험에서 Microsoft 365 Copilot(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사용한 직원은 매주 이메일을 읽는 시간이 약 30분 줄었고, 문서를 12% 더 빨리 완성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한 이익입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문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처리 속도를 곧바로 전문성의 성장으로 해석할 때 생깁니다.

Microsoft Research가 별도로 지식근로자 319명의 실제 AI 사용 사례 936건을 조사한 결과, AI를 더 신뢰할수록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들이는 노력이 적어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 높은 사람은 AI를 사용하면서도 더 많이 검토했습니다. AI가 사고를 없앤다기보다, 사고의 중심을 정보 확인과 결과 통합, 작업 감독 쪽으로 옮긴다는 설명입니다.

이 변화는 숙련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기준과 경험을 가진 사람은 AI의 초안을 빠르게 검토하고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급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직 판단 기준이 없는데 감독 역할부터 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상위 20%만 남기면 된다’는 생각의 함정

일부에서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원래도 모든 기자와 애널리스트가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상위 20% 정도만 차별화된 기사와 보고서를 만든다는 주장입니다. 나머지 업무는 AI가 맡고 뛰어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오늘의 상위 20%가 처음부터 상위 20%였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대체로 평범한 초급자 시절을 거쳤습니다. 반복해서 취재하고, 잘못된 가정을 고치고, 선배에게 지적받으며 자신만의 질문과 판단을 만들었습니다.

기업이 초급 업무를 모두 자동화하고 이미 뛰어난 사람만 채용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년, 10년 뒤에는 숙련자를 어디에서 구할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경쟁사도 같은 선택을 하면 외부 채용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전문가 시장 전체의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핵심 위험은 평균적인 보고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균적인 보고서를 수없이 작성하고 고치는 과정에서 태어날 미래의 뛰어난 전문가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항공과 의료가 먼저 겪은 자동화의 역설

이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자동조종장치는 항공 안전을 크게 높이고 조종사의 피로를 줄였습니다. 동시에 자동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상황 인식과 수동 조종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평소에는 편하지만, 자동화가 실패한 드문 순간에 사람이 가장 어려운 상황을 떠안는 구조입니다.

의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AI가 영상과 검사 결과를 먼저 판독하면 진단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AI의 표시만 확인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AI가 놓친 이상을 독립적으로 발견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2024년 인지과학 연구진은 AI 보조가 전문가의 기술을 더 빨리 약화시키고 학습자의 기술 습득을 방해할 가능성을 정리했습니다. 특히 위험한 점은 사용자가 자신의 능력 저하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과물은 좋아지고 업무는 쉬워지기 때문에, 실력이 늘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는 기자와 애널리스트에게도 적용됩니다. AI가 만든 결과가 좋아 보일수록 초급자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AI를 끄는 것이 아니라 수련 과정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해답은 AI를 금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산성을 포기하고 과거의 비효율을 그대로 복원할 수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업무와 훈련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첫째, 초급자에게 ‘사람이 먼저 판단하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기자라면 취재 질문과 기사의 핵심 문장을 먼저 직접 만들고, 애널리스트라면 매출 가정과 투자 의견을 먼저 적어야 합니다. AI는 그 이후 빠진 자료와 반론을 찾는 데 사용합니다.

둘째, 모의 실습을 늘려야 합니다. 실제 고객이나 독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환경에서 과거 사건을 다시 분석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회계업계에서는 자동화된 결과를 보기 전에 모의 세금 신고서와 감사를 반복해서 수행하게 하는 훈련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과거 사건의 원자료로 기사를 다시 쓰게 하고, 투자회사는 오래된 실적 자료만 제공한 뒤 당시의 투자 판단을 재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정답보다 판단 과정을 평가해야 합니다. AI가 만든 완성된 보고서를 평가하면 초급자는 문장을 다듬는 기술만 익힐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선택했고, 왜 다른 설명을 버렸으며, 무엇을 추가로 확인했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넷째, 일부 업무는 의도적으로 사람에게 남겨야 합니다. 이는 비효율이 아니라 보험입니다. 조종사가 자동조종장치가 있어도 수동 비행을 연습하듯, 엔지니어는 직접 로그를 읽고, 기자는 직접 초안을 쓰고, 애널리스트는 직접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직업 초급자가 직접 해야 할 훈련 AI가 모두 대신할 때의 위험 남겨야 할 훈련
기자 취재 질문 작성, 원자료 비교, 초안 수정 사실과 주장, 핵심과 주변 정보를 구분하는 판단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AI를 보기 전에 질문과 핵심 문장을 먼저 작성합니다
투자 애널리스트 사업보고서 읽기, 모델 작성, 가정 검증 숫자는 정리해도 경영진 설명의 빈틈과 산업의 변곡점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투자 의견과 주요 가정을 먼저 세운 뒤 AI로 반론을 점검합니다
엔지니어 로그 분석, 장애 가설 수립, 복구 과정 기록 평소 장애를 경험하지 못해 새로운 복합 장애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과거 장애를 재현하고 수동 대응 훈련을 실시합니다

기업과 투자자가 봐야 할 새로운 비용

기업은 AI 도입 효과를 시간 절약과 인원 감축만으로 계산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초급자 교육이 약해지면 몇 년 뒤 다른 비용이 발생합니다. 품질을 검토할 중간급 인력이 부족해지고, 소수의 고참에게 판단이 집중되며, 예상 밖의 사건에 조직이 느리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도 AI를 도입한 회사의 생산성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재 파이프라인(talent pipeline·인재 육성 경로)을 확인해야 합니다. 초급 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AI 결과를 검토할 사람을 어떻게 훈련하는지, 모의 실습과 멘토링 시간이 유지되는지가 장기 경쟁력을 가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인건비가 줄어도 조직이 스스로 전문가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외부의 비싼 인재와 소수 핵심 직원에게 더 의존하게 됩니다. 이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비용의 미래 이전일 수 있습니다.

Conclusion: 좋은 결과보다 좋은 판단을 만드는 조직이 남습니다

AI는 초급자의 결과물을 빠르게 끌어올립니다. 평범한 보고서와 기사, 장애 분석의 품질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진전입니다.

그러나 매끄러운 결과물과 깊은 전문성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는 답을 많이 본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에서 직접 판단하고 실패를 수정해본 사람입니다. 그 연습이 사라지면 조직은 오늘 더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내일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잃을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누가 가장 많은 일을 자동화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동화를 사용하면서도 다음 세대의 기자와 애널리스트, 엔지니어가 성장할 수 있는 수련 과정을 남겨둔 조직이 결국 더 강해질 것입니다.

Sources

  1. SigNoz, “AI Isn’t Replacing SREs. It’s Deskilling Them.”
  2. Microsoft Research,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Critical Thinking”
  3. Microsoft Research, “Early Impacts of M365 Copilot”
  4.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Does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ance accelerate skill decay?”
  5. Thomson Reuters Institute, “How accountants learn judgment in the age of AI”
  6. Skills England, Junior journalist occupational standard
  7. Hacker News discussion, “AI isn’t replacing SREs, it’s deskilling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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